갑자기 땅이 꺼지는 느낌 원인, 병원 6군데 다녀와 찾아낸 병명은?

7년 전 어느 날 걷다가 갑자기 땅이 푹 꺼지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순간 중심을 잃고 넘어질 뻔해서 바닥을 보니 평평했습니다. 처음 겪는 증상이라 걱정돼 지인들에게 물어봤지만 답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가까운 병원 몇 곳을 찾아갔고 드디어 원인을 발견했습니다.

 

땅이 꺼지는 느낌 원인을 찾기 위한 병원 쇼핑

저는 총 4개의 다른 과를 진료하는 병원을 갔습니다. 어렸을 때 천식을 앓긴 했지만 성인이 되고 나서 크게 아파본 적이 없었습니다. 빈혈, 뇌졸중, 당뇨, 협십증 같은 단어가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이렇게 단기간에 여러 병원을 다니는 일명 '병원쇼핑'은 쉽지 않았습니다. 회사 연차를 내기도 힘들었고, MRI 등 정밀 검사를 하려면 돈과 시간이 많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어지럼증과는 조금 다른 땅 꺼짐 느낌의 원인을 알기 위해서 딱히 방법이 없었습니다.

 

20~30대 심장 통증, 혹시 협심증? 간단하게 치료할 수 있다!

 

1. 내과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내과였습니다. 혹시 심장이나 다른 곳에 문제가 있나 걱정됐기 때문입니다. 동네 병원이라 특별히 큰 검사는 하지 않고 간단한 촉진과 혈압을 쟀습니다. 혈압을 재니 수축기로 150 이상으로 꽤 높게 나왔습니다. 평소 혈압이 높은 편이지만 무섭기도 하고 귀찮기도 해서 약을 먹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의사는 아무래도 혈압이 문제인 것 같다며 바로 혈압약을 처방해 주었습니다. 일단 처방은 받았지만 고혈압 때문에 갑자기 땅이 꺼지는 느낌이 들었다고는 확신할 수 없었습니다.

 

2. 심장내과(2차 병원)

혹시 오랜 고혈압 때문에 심장에 문제가 생겼을까 해서 2차 병원에 갔습니다. 약 1시간 정도 검사를 했고 의외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심장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겁니다. 한편으로는 안심이 됐지만 됐지만, 그럼 도대체 왜 이런 증상이 나타나는지 더욱 궁금해졌습니다. 의사는 지금 딱히 할만한 치료 방법이 없다면서 지금은 기억도 나지 않는 4만 원짜리 영양제 1통을 처방해 주었습니다.

 

3. 이비인후과

그렇게 여전히 의문을 갖고 있던 도중 TV에서 이석증 때문에 비슷한 증상을 겪을 수 있다는 내용을 보게 됐습니다. 귓속에 작은 돌이 굴러다니면서 생기는 증상이라고 했습니다. 유튜브에 이석증 자가치료법을 검색해 따라 해 봤습니다. 푹신한 침대나 소파에 정자세로 앉아 있다가 한쪽으로 빠르게 눕는 방법이었습니다. 절실한 마음에 회사에서도 집에서도 각 20분간 했습니다. 조금 나아지는 듯했지만 플라시보효과였는지 걸을 때 땅이 꺼지는 느낌은 간헐적으로 생겼습니다. 이비인후과에 가서 이석증 검사를 했지만 결론은 이석증도 아니라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4. 신경외과

이번엔 신경외과를 방문했습니다. 잘은 모르지만 신경 쪽에 문제가 생겨서 그런 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또다시 혈액검사 같은 걸 했고, 결과는 정상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의사는 어지럼증 원인은 2만 개나 되기 때문에, 사실상 정확한 진단을 내리기 힘들다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2만 개나 되는 원인을 굳이 힘들게 찾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나 봅니다. 의사 선생님은 스트레스나 피곤함 때문에 생길 수 있는 증상이라고 하면서 수액 1병을 처방해 주었습니다.

 

5. 신경과

하지만 제가 누굽니까? 의지의 한국인입니다. 폭풍 검색을 통해 강남에 용하다는 신경과를 찾아갔습니다. 역시 소문대로 엄청난 대기가 있었습니다. 예약을 하고 갔지만 1시간은 기다렸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만난 의사 선생님은 제 상태를 꼼꼼히 체크하셨고, 뇌 MRI를 포함 5~6개 이상 검사를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정기건강검진 때도 안 했던 MRI였지만 저는 당연히 응했고, 이번에는 왠지 병명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일주일 뒤 병원에 검사 결과를 들으러 갔는데 병명이 놀라웠습니다.

 

뇌는 정상이었지만 '기립성 빈맥'이 조금 있다고 했습니다. 누워 있거나 앉아 있다가 갑자기 서게 되면 맥박이 비정상적으로 빨라진다는 증상이라고 했습니다. 듣고 보니 그런 것도 같았습니다. 심장 박동 수를 줄여주는 약을 처방받았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지속되는 병원쇼핑으로 조금 지친 상태였기 때문에 그냥 '기립성 빈맥'이라고 믿고 싶었습니다.

 

6. 정신건강의학과

마지막으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찾아간 곳은 정신건강의학과였습니다. 예전에는 정신과였지만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어 바꿨다고 합니다. 역시 TV에도 출연한 경력이 있는 용하다는 병원을 검색해서 찾아갔습니다. 병원이 부천에 있어 집에서 1시간 이상 가야 했지만 약을 먹어도 땅이 꺼지는 느낌이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찾아갔습니다. 아쉽게도 TV에 나온 원장님이 아닌 다른 의사가 제 담당의로 배정됐습니다. 사실 정신건강의학과가 뭐 하는 곳인 지도 잘 몰랐고, 무슨 치료를 하는지도 몰랐습니다.

 

생각보다 별 건 없었습니다. 약 1시간 정도 의사와 상담을 했습니다. 그동안 제가 느꼈던 땅 꺼짐을 처음 느꼈던 순간과 병원을 5곳에 갔다 왔던 이야기 등을 했습니다. 그런데 정말 신기하게도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의사 선생님은 공황장애일 수도 있다는 의외에 대답을 해주었습니다. 요즘 연예인들도 많이 겪고 있고, 가수 이○민도 찾아왔었다고 했습니다. 공황장애 원인은 스트레스와 걱정 등 다양한 원인이 있다고 했습니다. 증상 또한 어지럼증, 구토, 심장통증, 비현실감, 붕 뜨는 느낌 등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라고 했습니다.

 

공황장애 초기증상 및 자가진단 방법, 원인과 치료법

 

그러면서 저는 심각한 공황장애까지는 아니고 '공황증상' 정도 단계라며 평소 하는 일을 조금 줄이고, 처방해 줄 약을 먹으라고 했습니다. 처방약은 신경안정제인 '자낙스'였습니다. 먹으면 일단 몸과 마음의 예민함이 줄어들고 차분해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예민한 성격을 조금 줄여주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또한, 일에 대한 성취욕을 줄이고 명상과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2주에 1번 3개월 정도 정신건강의학과를 다녔습니다. 상태는 놀라울 정도로 좋아졌고, 더 이상 땅이 꺼지는 느낌을 받지 않았습니다. 물론 심장 따끔거림이나 비현실감 같은 증상으로 옮겨 갈 때도 있었지만 스트레스로 인한 공황증상이겠거나라고 생각하니 오래가지 않았습니다.

 

현재 상황

7년이 지난 2024년 현재 저는 아주 건강합니다. 물론 아직도 가끔 땅이 꺼지는 증상이 찾아올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럴 때면 당황하지 않고 평소 하던 일을 절반 정도로 줄여 휴식을 취합니다. 신경안정제는 4개월 만에 끊었고, 달리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공황장애에 대해 공부해 보자는 생각이 들어 여러 책을 읽어봤고, 운동에 정답이 있을 수 있다는 힌트를 얻었습니다.

 

처음 길이 400m 정도 되는 근린공원을 10바퀴 뛰었는데 너무나도 힘들었습니다. 이러다 오히려 심장마비로 죽을 수도 있다는 공포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달리면 달릴수록 제 몸과 마음은 강해졌고, 심폐지구력이 올라가자 건강에 자신감이 붙었습니다. 그렇게 붙은 자신감으로 인해 현재 일상생활에 거의 문제가 없을 정도로 잘 지내고 있습니다.

 

혹시 여러분도 길을 걷다가 갑자기 땅이 꺼지는 느낌이 들어 제 글을 읽으셨다면 정말 잘하셨습니다. 원인은 다양할 수 있지만 최근 지인들도 이런 증상을 자주 겪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럴 때마다 제 경험을 들려주며 크게 걱정하지 말라고 합니다. 그러면 바로 나아지는 경우도 있고 정신건강의학과 상담을 받고 호전되는 경우도 많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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