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19일. 2023 서울마라톤 10K 코스에 참가를 했습니다. 집결지에 가기 전 혼자 참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될까 걱정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사람들이 나홀로 마라톤 대회에 나와 괜한 걱정을 했구나라는 생각했습니다.
사실 대회 전 무릎 부상으로 2주 정도 훈련을 못했는데 대회 당일에는 다행히 괜찮았습니다. 첫 번째 마라톤 대회 출전이라 경험을 쌓는다는 의미로 출전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노하우를 얻었습니다. 아래 글에서는 초보 러너 입장에서 본 대회 풍경과 느낀 점 그리고 나름의 꿀팁을 써보겠습니다.
대회장 분위기
저는 서울마라톤 10K 코스에 참가했습니다. 광화문광장에서 시작하는 풀코스도 있었지만 아직 무리라고 판단되어 다음을 기약하기로 했습니다. 10K 코스는 올림픽공원 평화의 문을 출발해 공원을 크게 한 바퀴 돌고 잠실 종합운동장에 도착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출발시간은 9시이고 집결지에 도착해야 하는 시간은 그보다 한 시간 전인 8시로 되어있어서 7시 40분쯤 집결지에 도착했습니다. 도착하니 이미 많은 러너들이 몸을 풀고 있었고 러닝크루 단위로 모여있는 그룹들도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혼자 참가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줄 알고 위축되어 있었는데 남녀노소 불문하고 혼자 계신 분들이 보여 동질감을 느꼈습니다. 그렇게 러닝화를 갈아 신고 몸을 풀고 마지막으로 화장실을 다녀왔습니다. 그리고 사전에 문자를 통해 배정받은 짐보관차로 가서 짐을 맡기고 출발선에 섰습니다.
저는 기록증을 제출하지 않아 맨 뒷 그룹에 배치되었고 앞 그룹이 출발하고 10분 정도 뒤에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으로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도로를 달리는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즐거웠습니다. 코스 중간중간마다 파이팅을 외쳐주시는 분들이 있어 혼자서 참가했어도 외롭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약 사십여분 간을 달린 후 피니시라인에 골인했고 대회 측에서 나눠주는 물과 음식, 메달을 수여받았습니다.
초보 입장에서 본 마라톤대회 꿀팁
1. 만약 예전에 다른 대회 참가 기록이 있으면 기록증을 제출하시는 게 좋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가장 마지막 그룹에 배정되는데 사람이 너무 많아 제대로 달릴 수가 없습니다. 특히 초반 5K 정도는 거의 걷다시피 할 정도의 속도로 달렸습니다. 본인의 페이스가 빠르신 분들은 기록증을 제출해 주시고 평균이거나 완전 마라톤 초보라고 생각되시면 제출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뒷 그룹에 배정됩니다.
2. 보온을 위해 출발 전 우비나 은박지로 된 비닐(보온 블랭킷, 서바이벌 블랭킷)을 입고 있으면 좋습니다. 9시 출발이었는데 짐을 맡기고 어떻게 하다 보니 8시 10분쯤 출발선에 서게 됐습니다. 제가 속한 그룹은 출발시간이 9시 10분이었으니 추운 아침에 거의 1시간을 그냥 서있게 된 것입니다. 주변을 돌아보니 위에 말한 보온용품을 뒤집어쓴 분들이 많았습니다. 만약 내년 서울마라톤에 참가한다면 저도 최소 바람막이 정도는 입고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3. 꼭 대회 티셔츠를 입고 뛰지 않아도 됩니다. 마라톤대회를 신청하면 대회가 열리기 2~3주 전에 대회 기념 티셔츠가 배송됩니다. 저는 옆에서 누가 알려주는 사람도 없고 해서 무조건 기념티셔츠를 입고 참가해야 하는지 알았습니다. 하지만 막상 현장에 와보니 복장은 자유였고 대회티셔츠를 입고 있는 건 보통 저처럼 나홀로 참가자들이 많았습니다. 마라톤 대회는 자신이 평소 입었던 편한 복장을 하고 참가하시면 됩니다. 하지만 사전에 받은 배번은 반드시 배나 가슴에 달아야 합니다.
4. 대회 직전에는 물이나 커피를 마시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이건 사람마다 다르지만 저는 대회 시작 전 한 시간 전에 화장실을 갔다 온 후 긴장이 돼서 또 물과 가져온 커피를 마셨습니다. 조금 마신다고 했지만 한 시간을 그냥 서있다 보니 또 화장실에 가고 싶어 졌습니다. 하지만 한번 출발선에 서게 되면 사람이 너무 많아 다시 나가 화장실에 가기 힘듭니다. 그래서 다음 대회에는 화장실을 다녀온 후 수분은 일절 섭취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참고로 마라톤 10K 코스에는 정확히 중간 지점인 5K 구간에 급수대가 있으니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5. 마라톤 대회에서 이어폰을 껴도 될까 궁금했는데 답은 가능했습니다. 무선 이어폰, 골전도 이어폰, 헤드폰 등 전혀 상관없습니다. 아무래도 긴 거리를 달리게 되면 음악이 필요한데 이 부분은 다행인 것 같습니다.
6. 대회 일주일 전 운동량을 30% 이하로 줄여야 합니다. 만약 평소 일주일에 100K를 달리는 분이라면 대회가 있는 주에는 30K만 달려야 합니다. 어떤 분은 대회 일주일 전에 아예 훈련을 하지 않는 분도 계십니다. 사람마다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으시면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대회 이틀 전이나 하루 전에 1~2KM 정도는 숨 트이기 훈련을 하는 게 좋습니다.
7. 뛰기 직전에 에너지젤, 포도당캔디, 초콜릿 등을 먹어주면 좋습니다. 마라톤대회는 보통 아침에 열리기 때문에 아침밥을 먹기가 부담스럽습니다. 그래서 가급적 아침식사를 안 하고 대회를 참가하는 게 기록에도 더 좋습니다. 대신 당이 떨어져 배가 고프면 대회를 망칠 수도 있기 때문에 위에 말한 당분을 섭취해 주는 게 좋습니다. 저는 뛰기 직전 ABC초콜릿 하나를 먹고 뛰었습니다.
8. 대회 일주일 전의 식단 관리가 중요합니다. 만약 일요일 대회라고 하면 월~수까지는 단백질 위주의 식사를 해서 몸의 글리코겐 저장 능력을 올려줍니다. 그리고 목~토에는 탄수화물 위주의 식사를 통해 달릴 때 에너지원인 글리코겐을 많이 저장해 주는 게 좋습니다.
9. 피니시라인에 통과하시면 봉사자들이 이온음료와 물, 간식, 메달 등을 줄 겁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게 있으니 바로 자신의 기록이 나오는 단상으로 달려가야 합니다. 저는 이번 마라톤대회가 처음 참가라 도착 후 주변을 서성이며 숨을 고르고 있었는데 단상 부근에 도착하니 이미 자신의 기록과 함께 사진을 찍으려는 줄이 매우 길었습니다. 이번 서울마라톤대회에서는 기록이 나오는 무대가 딱 2곳밖에 없었기 때문에 그냥 사진 찍는 걸 포기했습니다. 기록이 나온 전광판 옆에서 사진을 찍고 싶은 분이라면 도착지점을 지난 후 바로 단상으로 달려가시길 추천드립니다.
혼자가 아닌 다같이 뛰는 대회
대회 직전에는 혼자서 마라톤대회에 참가하는 사람이 나밖에 없으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을 했는데 막상 참가해 보니 혼자 참가하더라도 함께 뛰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10K 코스를 달리며 중간에 모르는 사람에게 파이팅도 받고 하이파이브도 하기 때문에 나홀로 참가를 하시는 분들은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이 글을 보시는 모든 초보 마라토너 여러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글을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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