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체 드라마 후기, 흥미로운 부분은? (광속의 1%, 400년 해석)
지난 3월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드라마 '삼체'는 중국 소설이 원작입니다. 스토리 전개가 조금 다르지만 큰 틀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시청하면서 흥미로웠던 부분과 후기 및 해석을 작성해 보겠습니다.
제가 흥미롭게 본 키워드는 광속의 1%와 400년입니다. 이 2가지 단어를 생각하면서 보면 더 재밌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일반인 입장에서 쓴 글이니 물리학이나 양자역학을 전혀 몰라도 쉽게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광속의 1%
그동안의 외계인이 지구를 침략하는 SF 장르는 묻지도 따지도 않고 공격합니다. 하지만 삼체 세계관은 현실적인 부분이 가미되어 있습니다. 바로 아무리 고도로 발전한 외계문명이라도 광속으로 이동할 수 없다는 설정입니다. 시즌1에서 삼체인들은 지구로 침략할 거라는 선전포고를 합니다. 광속의 1%로 말이죠. 이 속도로 오면 삼체인들이 살고 있는 프록시마센타우리에서 지구까지 약 400년 정도 걸립니다. 광속의 1%밖에 되지 않지만 이 또한 엄청난 속도입니다. 얼마나 빠른 속도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아래에 계산해 놨습니다.
프록시마센타우리: 실제로 태양계에서 가장 가까운 항성입니다. 거리는 약 4광년입니다.
빛의 속도
빛의 속도를 '광속'이라고 부릅니다. 광속은 초당 30만km입니다. 1초 만에 지구를 7바퀴 반을 돌고, 달까지는 1.3초 만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지구에서 태양까지는 약 8분 정도 걸립니다. 즉,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태양은 약 8분 전 태양의 모습입니다.
다시 광속의 1%로 돌아오겠습니다. 광속이 초속 30만 킬로미터의 100분의 1이니, 삼체인들의 우주선 속도는 초속 3000킬로미터입니다. 겨우 3000km?라고 생각하시는 분 있을 겁니다.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시속이 아닌 초속입니다.
보이저 1호 속도
인간이 만든 가장 빠른 물체는 보이저 1호입니다. 속도는 초속 17km입니다. 나사에서 1977년 발사된 후 태양계를 떠나 약 45년간 우주를 비행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감이 안 오실 겁니다.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물체는 초음속 비행기입니다. 시속 1300km입니다. 광속의 1%를 시속으로 환산하면 약 10,800,000km입니다. 반내림해서 시속 1000만 킬로미터라고 계산하면 삼체인들의 우주선은 초음속 비행기보다 7,692배 빠르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정리: 광속의 1% = 시속 1000만 킬로미터 = 초음속 비행기보다 약 7700배 빠른 속도
✱ 참고로 광속은 시속 10억 킬로미터입니다.
400년 후
삼체인들이 말한 인간의 문명 발전 속도는 아래와 같습니다.
- 10만년 전 = 출연
- 1만년 전 = 농사 시작
- 300년 전 = 과학 등장
- 50년 전 = 컴퓨터 등장
우리는 인식하고 있지 못하지만 삼체인들이 볼 때 인류는 놀라울 만큼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삼체인들이 지구에 도착하는 400년 후엔 인간들이 자신들을 뛰어넘을 과학기술을 가질 거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자'를 통해 필사적으로 과학 발전을 저지하고 있습니다.
삼체를 보면서 400년 전과 400년 후를 생각해 봤습니다. 400년 전이면 1624년입니다. 우리나라는 조선후기 시대였고 '이괄의 난'이 있었습니다. 직전 연도에는 광해군을 폐위시키는 '인조반정'이 있었습니다. 서양은 이제 막 신대륙을 개척할 시기이며 미국이란 나라는 존재하지도 않았습니다. 컴퓨터는커녕 전기도 발명되기 전이며 주요 에너지원은 동물 또는 인간의 근육이었습니다. 겨우 막 코페르니쿠스가 주장한 지동설을 채택해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할 때였습니다.
반면 400년 후는 2424년입니다. 1세대가 약 30년이니 13세대가 지난 시기입니다. 제 자식의 손주의 손주가 죽어도 아직 30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나야 오는 머나먼 시간입니다. 삼체에 나오는 사람들은 둘로 나뉩니다. 그렇게 먼 일은 나랑 관련 없으니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는 쪽과 지금부터 준비를 해야 인류의 멸망을 막을 수 있다는 쪽입니다. 과연 제가 그 상황을 마주치면 어떤 생각과 선택을 할지 궁금해졌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쪽을 택하실 건가요?